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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깨달은 '천천히'의 의미 - 네팔 트레킹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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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05 11:08 조회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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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숙 후원자님께서 네팔 트레킹 참가기를 올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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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깨달은 ‘천천히’의 의미
- 네팔 ABC 트레킹 참가기

김점숙

 

히말라야는 어느 특정 산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네팔, 중국, 인도, 부탄, 파키스탄을 가로지르는 큰 산맥입니다. 8000m 이상의 봉우리를 14개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산악인들이 14좌 완등을 꿈꾸기도 하고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 전까지 제 버킷리스트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은 없었는데, 4월 초에 제가 속한 등산팀원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갑작스런 남편의 건강 이상으로 인해 무산되어 더 이상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마이키즈에서 제2회 후원회원행사로 트레킹 회원 모집을 한답니다. 기존 산악회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지도신부님을 모시고 히말라야 ABC 트레킹이라니! 

 

우리 나이로 65세, 나이를 잊고 매주 등산 다닌 지 30년인데 서류가 필요할 때는 숫자가 걸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제가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올마이키즈 팀장님께 신청을 했더니 걷기에 불편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지도신부님과 함께 참가자들 모임에 참석하면서 트레킹 참가자들 모두가 완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희망기도의 내용을 바꾸었습니다.

 

첫날 카트만두 트리부번 공항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보낸 뒤, 포카라로 이동하니 우리 짐과 일정을 함께 할 포터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 위에 짐을 싣고 거의 2시간 반 걸려서 나야폴에 도착하여 비렌탄틴에서 점심을 먹고, 지프차로 갈 수 있지만 기나긴 여정을 위해 몸 풀기 산책으로 힐레 롯지(1475m)까지 천천히 걸었습니다. ‘천천히’를 가슴에 새기며 신부님을 앞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루하루 지낼수록 이 ‘천천히’가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롯지에 도착하자 비가 한차례 퍼붓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 별이 총총 박혀 있었습니다. 별을 좋아하고 별자리를 잘 아는 친구가 생각나며 아쉬웠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해 본 경험에 비추어 롯지는 산장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매일미사 책을 가져갔기 때문에 성무일도와 함께하는 저녁기도, 말씀의 전례와 감사기도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화창한 아침을 맞으며 끝없는 돌계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산행을 많이 해봤기에 신부님의 배려와 트레킹 안내가 얼마나 전문적이고 좋은 진행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출발해서 어느 정도 걷고 나면 롯지에서 뜨거운 차 한 잔으로 몸을 풀고 얼마간 걷고 나면 점심, 또 좀 걸었다 싶으면 잠자는 롯지 도착 등. 회원 각자에 따라 조금씩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 무난하게 하루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정표에 다음 코스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몇 ‘킬로미터’로 표기되지 않고 몇 ‘시간’으로 표기되는 것이 우리나라와 달랐습니다. 고산 때문인지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고라파니(2900m)에 도착하자 퍼붓는 비는 양철 지붕을 때리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낭만으로 들렸는지요!

 

다음 날 푼힐 전망대 일출을 봐야 하기에 새벽 3시에 일어나 채비를 하는데, 제일 잘 걷는 포터 두 사람을 먼저 다음 숙박할 롯지에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예약이 안 되는 멋진 곳이라 신부님은 우리를 꼭 거기에 숙박하게 하시고 싶었나 봅니다. 이 날은 여행 중 가장 힘든 날이었습니다. 푼힐 전망대(3200m)를 다녀와서 다시 3200m 올라갔다 바닥으로 내려오고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였으니까요. 일반적으로 트레커들이 머무르게 되는 타파파니를 거쳐서 미리 새벽에 보낸 포터들이 예약하게 된 츄일레 롯지(2560m)에 도착했습니다. 신부님 감사 또 감사! 이곳에 머무르다 간 트레커들이 몇 사람이나 될까요? 2층에는 미국(?) 요가 학원 단체가 며칠째 요가 수련을 하고 있었고, 1층은 우리 일행이 차지했습니다. 앞뜰에는 잔디밭이 축구장만하게 펼쳐져 있는데 말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도록 관리되고 있었고, 롯지 뒤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앞에는 절벽 아래 계곡이 그림같이 구불구불 그려져 있었어요. 부엌에는 장작난로가 타고 있었고요. 혹시 트레커가 아닌 사람들이 차를 이용해서 오는 길이 있나싶어서 가이드 파샹한테 ‘트레킹 못하는 우리 친구들 어떻게 올 수 있나요?’ 하고 물으니 ‘헬기 타던지 말 타고 오면 되요.’ 튼튼한 다리도 감사한데 덤으로 높은 산위의 천상 롯지에서 지내게 해주시다니 잘 한 것도 없는데 하느님께 상을 받은 것 같아요.

 

며칠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촘롱을 향해 가는 길은 지리산 둘레길 느낌이 났습니다. 음식 가리지 않는 제가 음식을 못 먹어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양배추가루 죽을 가져가서 삶은 달걀 한 개와 먹기도 했지요. 촘롱에서는 돼지고기 대신 베이컨 넣은 김치찌개가 있어서 맛있는 점심을 먹기도 했습니다. 김치찌개 사주신 형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도 그렇더니 화창한 날씨가 점심을 먹고 나니 비를 뿌렸습니다. 비도 적당히 오락가락하니 비옷까지 입을 필요 없이 한손에 스틱 한손에 우산을 쓰니까 적당한 비에 적당했습니다. 우산 쓰고 산에서 걷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시누와 롯지(2360m)에서 짐을 풀고 그 동네를 둘러보았습니다. 확실히 성수기라 여럿이 방을 못 구해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한국 분들도 여러 팀을 만났습니다. 팀을 이루어 트레킹 하는 이들은 거의가 한국인들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연인이나 몇몇 친구들 모여서 오는 모습입니다. 촘롱에서 ABC까지는 왕복 겹쳐지는 구간이라 ABC에서 내려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숙소를 같이 사용하기도 했지요. 우리도 모레 ABC 도착하면 내려올 때 올라가는 이들이 부러워하면 ‘힘내세요’ 하면서 기분 좋게 내려올 거야, 이틀만 더 화이팅! 하고 다짐하며 열심히 올랐습니다. 저녁에 비가 쏟아지더니 밤이 되자 별이 총총총. 하늘에 반짝이는 나무숲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별들도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산에서 4일 밤을 지내고, 이 날은 마차푸차레를 가까이 보면서 마차푸차레와 함께하는 길입니다. 마차푸차레는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인데 네팔인들이 신성시하기 때문에 인간의 발자국을 허락하지 않는 산입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듯한 우거진 열대림 숲을 걸으며 목적지를 향해갔습니다. 머무를 롯지에 거의 다 왔을 때, 눈사태로 인한 산사태가 장관이었지만 위험해서 눈과 흙이 섞인 희미한 길을 빨리 지나가야했습니다. 집에서는 라면을 전혀 안 먹는데 음식이 안 맞아 신라면을 많이도 먹었습니다. 신라면을 박스채로 메고 가는 포터들을 종종 보기도 했습니다. 간혹 짜파게티 파는 롯지도 있었어요. 올라갈수록 롯지는 열악합니다만 얇은 침낭을 가져가서 걱정했는데, 롯지에서 주는 이불을 침낭 위에 덮으니 따뜻했습니다. 어제부터 날진 수통에 따뜻한 물을 채워 수통 집을 안고 자기 시작했습니다. 데우랄리 롯지(3200m)에서는 다음날 트레킹 할 때 입을 겨울 티와 겨울 바지를 잠옷대신 입고 4000m 고지를 올라가는 게 부담스러워 혹시나 해서 미리 고산증 약을 반알 먹고 잤습니다.

 

우리의 목적지 ABC를 향한 마지막 날입니다. 어제 먹은 약의 부작용으로 손끝과 발끝이 약간 저렸지만 한 시간 걷고 나니 괜찮아졌습니다. 그레이샤돔과 모디콜라 강을 따라 MBC에 도착합니다. MBC에서 점심 먹을 계획이었는데 모두들 기분도 상쾌하고 몸 상태도 좋아서 ABC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MBC 지나고는 산양 떼도 보이고 경사가 완만해서 알프스에 나오는 들판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고산지대라 빨리 걸을 수도 없고 자주 쉬어가며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ABC 롯지가 보이고 안나푸르나 입구 현판과 타르쵸가 우리를 맞았고, 안나푸르나의 설산이 잘 왔다고 수고했다고 멋진 모습으로 환영해 줬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드린 일요 미사에서는 모두들 울먹이며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ABC의 트레킹을 이루게 해준 나의 가족, 형제자매들과 친구들, 이웃들을 위해 봉헌했습니다.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아 신루트를 개척하던 중 실종된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대원, 산이 좋아 산에 묻힌 그들을 추모했습니다. 안나푸르나와 마주보고 있는 마차푸차레, 너무 감격해서인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방 두 칸을 사용하게 됐는데, 여성 일곱에 억수로 운 좋은(?) 남성 한분이 여성들과 한 방을 쓰는 해프닝이 있었지요. 목적지 도착에 안도했는지 모두가 코를 고는 밤이었습니다.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 머물었던 시누와 롯지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촘롱과 기규를 거쳐 시와이에서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올마이키즈에서 후원하는 공부방을 방문했습니다. 120명 정도의 학생들을 돌보시는 수녀님을 만나서 트레킹 참석자들이 1m 올라가는 데 10원을 기부한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사립으로 전학시켜 장래를 위해 키워준다고 할까요? 한 달에 5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거기서는 5만원이 큰돈이라 도와 줄 후원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가 ABC 갔다 온 것 맞나? 하느님의 정원을 아기자기한 곳만 다니며 감사하고 감격했는데, 웅장한 이곳은 감격을 떠나서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날 카트만두에 도착할 즈음 비행기 안에서 히말라야를 보는 순간 그 언저리를 밟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트레킹 중에 주님께 끊임없이 감사와 찬미를 드렸습니다. 참석자들의 연령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살아온 또 살아가는 삶이 다르기에 트레킹 중에 느낌은 다 다르겠지요. 무엇보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었다는 것은 대장을 맡은 신부님의 기도와 참석자 전원 ABC에 데려가겠다는 확고한 의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녀올 동안 아래 롯지에서 기다리라고 할 수 있는 분도 있었지만, 앞에 중요하다고 언급한 ‘천천히’를 몸소 실천하시며 부담주시지 않고 이끄셨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우리! 기쁨과 행복을 몇 곱절 누렸고 여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함께 하신 모든 이들께 감사드리고 하느님과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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