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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적금 기부한 아내, 하늘에서 미소 짓는 남편 (가톨릭평화신문)
작성일 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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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적금 기부한 아내, 하늘에서 미소 짓는 남편

장말순씨, 남편 고 박형동씨와 함께 시작한 7년 적금 5000만 원 어려운 사람들 위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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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말순씨가 사단법인 올마이키즈에 기금을 전달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천국에 있을 남편도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먼저 기부 제안했던 남편은 간암으로

장말순(안나, 74, 인천교구 소사3동본당)씨가 남편과 함께 7년간 모은 적금 4000만 원을 해외 어린이 교육 후원단체 ㈔올마이키즈에 기부하며 남긴 말이다. 2월 24일 경기 부천시 올마이키즈 사무실에서 만난 장씨는 “남편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7년 만에 기부하니 마음의 빚을 갚은 것처럼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아이들을 돕자”고 먼저 제안했던 남편 고 박형동(힐라리오)씨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4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씨의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의학 발전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장씨 역시 시신 기증을 서약했다. 이날 전달된 기금은 올마이키즈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해 식수시설ㆍ학교 등을 건립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완공된 시설에는 장말순ㆍ박형동 부부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이들의 세례명이 적힌 동판이 부착된다.

부부가 적금을 올마이키즈에 기부한 것은 이사장인 김영욱 신부가 본당 주임이던 시절 맺은 인연 때문이다. 소사3동본당 레지오와 연령회에서 오래도록 봉사해온 부부는 김 신부와 자연스레 가까운 사이가 됐다. 장씨는 “신부님이 어떻게 혼자 힘으로 해외 불쌍한 어린이를 다 도울 수 있겠냐”며 “저처럼 ‘개미 군단’ 후원자들이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웃었다. 한편, 올마이키즈에 기부하고 남은 적금 1000만 원은 부부가 정기 후원해온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전달했다.

장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 겪은 아픔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자랐다”며 그때 기억 때문에 늘 가난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늘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그러면서 20년 전 있었던 일을 회고했다.

“어느 날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할머니와 여동생과 사는 한 청년이 한 대학교 기계공학과에 합격해서 내일까지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막막하다는 사연이 나왔어요. 가난 때문에 교육을 많이 못 받고 일찍부터 전자부품 조립회사에서 일하던 제겐 특히 안타까운 소식이었죠. 그래서 회사에서 등록금 낼 만큼 돈을 빌려서 부랴부랴 방송국으로 찾아갔어요. 그리고 PD를 만났고, 결국 그 청년과 전화 통화까지 했죠. 그런데 그 청년이 ‘방송을 들은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등록금을 마련했고,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힘으로 해내겠다’고 완곡하게 사양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역곡성당에 들러 수녀님께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드리고 왔어요. 그 뒤로 저희 부부는 암이나 백혈병 환자처럼 아프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봉사 활동도 하게 됐답니다.”



작은 도움, 약자들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푸는 부모의 모습은 자녀와 손주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최근 영화 ‘특송’을 연출한 아들 박대민 감독 역시 꾸준히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장씨는 “사실 돈이 갖고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 의해 쓰여야 하는 것”이라며 “저의 작은 도움으로 하느님의 피조물인 약자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바로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입니다. 다른 신자분들도 이 구절을 제 사연을 떠올리며 작게나마 도움을 베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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